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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향형이라서요" — 이 말의 진짜 뜻

요약 내향형과 발표 실력은 다른 것입니다. 융이 나눈 것은 에너지의 방향이지 말하기 능력이 아닙니다. 발표를 막는 것은 성향이 아니라 거기 딸려 온 불안입니다. 불안은 성향과 달리 다룰 수 있는 상태입니다. '원래'를 '아직'으로 바꾸십시오. 진단서가 계획서로 바뀌고, 오늘 할 일이 생깁니다.

요즘 자기소개는 MBTI로 시작합니다. "저는 I예요." 이 한마디면 방 안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수가 적은 것도, 발표를 피하는 것도, 회의에서 조용한 것도 그걸로 설명이 끝난 것처럼요.

카카오 개발 조직에서 강의할 때 늘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스스로 내향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손 들어 주십시오." 절반쯤 올라옵니다. 그리고 첫 시간 자기소개에서 꼭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저는 개발자고요. 십이 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내향형이라서 말을 잘 못 합니다."

저는 그 순간 잠깐 멈췄습니다. 문장이 세 개였습니다. "어", "음"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경력을 숫자로 말했고, 온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날 스무 명이 자기소개를 했는데, 말을 못 한다고 말한 그분의 문장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내향형과 발표 실력은 다른 것입니다

내향형은 정말 발표를 못 하나요?

MBTI의 원조는 심리학자가 아닙니다. 마이어스와 브릭스라는 모녀가 만들었습니다. 그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면 칼 융이 나옵니다. 프로이트가 후계자로 여겼던 사람입니다.

융이 나눈 것은 에너지가 어디서 차오르느냐였습니다. 외향형은 사람을 만날수록 힘이 납니다. 내향형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 쉬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 이야기입니다.

누가 말을 잘하느냐는 거기 없습니다. 무대 울렁증도, 수줍음도 없습니다. 그 둘은 언제부터 한 몸이 됐을까요.

그러면 왜 무대에서 굳을까요?

내향성은 자극에 대한 선호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에너지가 차고, 시끄러운 곳에서 빠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수줍음은 평가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판단받는 게 무섭습니다. 이건 성향이 아니라 감정이고, 상태입니다.

둘을 떼어 놓으면 현장에서 늘 보는 장면이 그대로 설명됩니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데 발표는 담담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 회사에도 한 명쯤 있을 겁니다. 반대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문 앞에서 심장이 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증거입니다. 내향성과 발표 실력이 한 몸이라면 이들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콰이어트』를 쓴 수전 케인이 이 구분을 정리했습니다. 케인 본인이 내향형이면서 큰 무대에서 강연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발표가 어려운 것은 내향성 때문이 아니라 거기 딸려 온 불안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안은 다룰 수 있습니다.

발표를 막는 것은 성향이 아니라 불안입니다

진짜 문제는 '원래'라는 두 글자입니다

"저는 원래 내향형이라서요."

문제는 내향형이 아닙니다. 그 앞에 붙은 '원래'입니다. '원래'는 진단서입니다. 한 번 발급받으면 다시 검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원래 그런 것은 고칠 수 없고, 고칠 수 없는 것은 시도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두 글자는 사람을 편하게 해 줍니다. 대신 발을 묶어 둡니다.

그대로 두면 벌어지는 일은 하나입니다. 시도하지 않게 됩니다. 시도가 없으니 진단서를 반박할 근거도 영영 생기지 않습니다.

'원래'는 진단서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떼어 냅니다. 세 질문에 답해 보십시오. 혼자 연습할 때도 힘드십니까? 아니라면 내향성이 아니라 평가에 대한 반응입니다. 편한 후배 한 명에게 설명할 때도 막히십니까? 아니라면 능력은 이미 있습니다. 조건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발표가 끝나면 기진맥진하십니까? 그건 내향성이 맞습니다. 다만 회복의 문제이지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표 뒤 삼십 분을 혼자 두면 됩니다.

둘, 원인을 다른 쪽으로 옮깁니다. 발표가 잘 안 됐을 때 우리는 '성격' 쪽에 원인을 놓습니다. 거기 놓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성격은 오늘 밤에 못 바꿉니다. '순서' 쪽으로 옮기십시오.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았다, 핵심을 하나로 못 줄였다, 연결어를 안 썼다. 전부 이번 주에 손댈 수 있습니다. 이십 년 동안 확인한 것인데, 실제로 그쪽이 원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셋, 이미 가진 것을 셉니다. 내향형이 회의실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말을 아낍니다. 그래서 입을 열 때 무게가 실립니다. 생각을 정리한 뒤에 말합니다. 과장하지 않습니다. 침묵을 견딥니다. 네 가지 다 발표에서 그대로 무기가 됩니다. 종이에 적어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못 한다고 믿어 온 항목이 강점 쪽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30초 실천

휴대폰 메모장을 여십시오. 한 문장만 적습니다.

"나는 아직 ______을 안 배웠다."

"나는 아직 ______을 안 배웠다"

'말하기'라고 쓰지 마십시오. 너무 큽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줄이는 법'처럼 구체적으로 쓰십시오. '원래'를 '아직'으로 바꾸는 것뿐인데, 문장이 진단서에서 계획서가 됩니다. 진단서는 남이 써 준 것이고, 이 문장은 당신이 썼습니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원래 내향형이었고, 원래 무대 울렁증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문장에도 '원래'를 일부러 붙였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진단서를 들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원래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직 순서를 안 배운 사람입니다.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19년째 전문가와 사업가, 임직원의 발표와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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