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한 장에 메시지 하나입니다. 청중은 당신이 첫 문장을 말하는 동안 그 장을 이미 다 읽습니다. 해법은 슬라이드를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보고서는 그대로 두고 한 장을 복제하는 것입니다.
발표를 시작하고 첫 슬라이드를 띄웁니다. 그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이 화면을 읽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듣는 것보다 읽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당신이 첫 문장을 말하는 동안 청중은 이미 그 장을 다 읽었고, 아래쪽 표까지 '대략' 봤습니다. 그러면 청중은 이미 읽은 내용을 당신 목소리로 한 번 더 듣게 됩니다.
화면에 내용을 꼼꼼히 담을수록 이 현상이 심해집니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의 발표가 오히려 덜 들리는 겁니다.
이 문제는 슬라이드를 줄여서 푸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을 더 만들어서 풉니다. 무슨 뜻인지는 글 중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두 장을 넘기며 제가 강의에서 꼭 하는 말도 두 마디 있는데, 그건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이런 적 있으십니까. 발표가 끝나면 자료를 메일로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래서 자료만 읽어도 이해되게 만들었고, 자료에는 기다란 문장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줄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줄이면 나중에 팀에서 읽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합니다. 그래서 그냥 뒀습니다.
그런데. 원인은 자료가 아닙니다. 한 파일이 두 가지 일을 겸하고 있습니다. 문서의 일과 발표 자료의 일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코칭했습니다. 고객사는 140여 곳이고 그중 32개사가 포춘 500대 기업입니다. 슬라이드를 줄이라는 말이 나오겠구나 싶으실 겁니다. 아닙니다. 보고서는 한 글자도 줄이지 않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보고서를 그대로 두고 발표 자료를 얻는 법을 가져가게 됩니다. 드는 시간은 준비 시간의 10분의 1입니다.
화면과 당신의 입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문서는 발표자 없이 혼자 읽히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문장이 필요하고 조건이 필요합니다. 발표 자료는 말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거들기만 하면 됩니다. 목적이 반대인데 우리는 하나로 만듭니다. 그리고 대개 문서 쪽을 훨씬 많이 만듭니다. 나중에 남는 것이 문서니까요. 저는 이것을 보고서형 슬라이드라고 부릅니다.
당신이 만드는 파워포인트의 대부분은 보고서입니다. 현업에서는 그래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건 잘못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보고서를 그대로 띄워 놓고 발표하는 것뿐입니다.
한 장에 여러 개를 두면 청중이 무엇을 볼지 스스로 고릅니다. 그래서 발표가 끝나면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합니다.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본 것이 달라서 합의가 안 됩니다.
한 장에 메시지 하나입니다.
제목 자리에 메시지를 씁니다
제목이 있으면 메시지도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슬라이드 제목은 메시지가 아니라 이름표에 가깝습니다. 「3분기 실적 현황」, 「개선 방안」 같은 것들이죠.
이런 제목은 그 장이 무엇을 다루는지는 알려 주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컴퓨터 폴더에 붙인 이름과 같습니다. 폴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열어 봐야 아니까요. 메시지는 문장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있습니다.
「3분기 실적 현황」 → 「3분기 이탈이 늘었고 원인은 한 가지입니다」 「개선 방안」 → 「캐시 구조만 바꾸면 응답이 절반으로 줍니다」
화살표 오른쪽은 읽기만 해도 그 장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청중이 화면을 먼저 읽어도 괜찮습니다. 읽은 것이 당신이 할 말과 같으니까요.
그럼 화면이 텅 비는 것은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습니다. 한 장에는 세 가지가 들어갑니다. 위쪽에 메시지 문장, 그 아래에 근거 하나, 그 근거를 어디서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표시 하나. 동그라미 하나, 화살표 하나면 충분합니다.
실제 자료로 보겠습니다. 바꾸기 전은 이렇습니다.
제목: 3분기 이탈률 분석 · 3분기 이탈률 8.2% (전분기 5.1%) · 신규 가입자 이탈이 62% 차지 · 주요 이탈 시점: 가입 후 7일 이내 · 이탈 사유 1위: 초기 설정 복잡 (응답의 41%) · 경쟁사 평균 이탈률 6.5% · 개선 과제 3건 도출
바꾼 뒤는 세 장이 됩니다.
1장 — 3분기 이탈이 5.1%에서 8.2%로 뛰었습니다
2장 — 뛴 것은 전부 가입 첫 주에서 나왔습니다
3장 — 원인은 초기 설정이 복잡하다는 것 하나입니다
여섯 줄이 세 장이 됐습니다. 화면의 정보량은 오히려 줄었는데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수준이 높아지면 말도 간결해집니다에서 만든 인과의 체인이 슬라이드 위에 얹힌 겁니다. 지운 항목들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경쟁사 평균은 질문이 나오면 말하고, 개선 과제 3건은 다음 장에 따로 놓으면 됩니다.

보고서에 90, 발표 준비에 10
제가 강의에서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의 90퍼센트를 쓰십시오. 내용이 충실하고 오류가 없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건 발표 기술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10퍼센트는 발표 직전에, 그 보고서를 발표 슬라이드로 바꾸는 데 씁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빽빽한 보고서형 슬라이드를 그대로 한 장 복제하고, 복제한 장에서 핵심만 남깁니다. 원래 장은 손대지 않습니다. 앞의 여섯 줄짜리 장이 그대로 남고 그 뒤에 세 장이 붙는 겁니다. 장수가 두 배 가까이 늘기도 하는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준비에 10시간을 쓰신다면 보고서에 9시간, 복제에 1시간입니다. 30장짜리 보고서에서 정말 말할 장이 열 장이라면 그 열 장만 복제하면 됩니다. 한 장에 6분이면 1시간이 됩니다.
무엇을 남길지는 세 단계로 정합니다. 먼저 그 장의 메시지를 문장으로 씁니다. 머릿속이 아니라 손으로 쓰셔야 합니다. 쓰면 하나로 줄지 않는 장이 바로 드러납니다. 둘째, 하나로 안 나오면 그 장을 쪼갭니다. 한 장에 3분 머무는 것보다 세 장을 1분씩 넘기는 편이 훨씬 잘 들립니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청중의 주의가 되살아나거든요. 셋째, 뺀 것은 버리지 않고 말로 옮깁니다.
줄이라고 하면 대부분 내용을 잃는 것으로 받아들이십니다. 그런데 한 장을 복제하면 잃을 것이 없습니다. 원래 장이 바로 앞에 그대로 있습니다. 뺀 내용은 화면에서 당신의 말로 옮겨 갈 뿐입니다. 화면에 다 적혀 있으면 당신은 그걸 읽는 사람이 됩니다. 한 문장뿐이면 나머지는 당신의 입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청중은 화면이 아니라 당신을 봅니다.

우리 회사 템플릿이 원래 그렇다는 반문이 남습니다. 양식 장은 그대로 두고 그 뒤에 복제한 장을 붙이면 됩니다. 양식 위반이 아닙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바꿀 것이 하나 남습니다. 말하는 순서입니다.
"표가 복잡해 보이지만 오늘 보실 건 두 번째 줄 하나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잠깐 멈추십시오. 사람들이 그 줄을 찾을 시간을 주는 겁니다. 화면은 여섯 개지만 메시지는 하나가 됩니다.
한 장에 메시지 하나입니다.
두 장을 넘기면서 제가 하는 말
약속한 두 마디입니다. 강의에서 저는 복제 전의 장과 복제한 장을 나란히 두고 이렇게 합니다. 복잡한 장을 먼저 보여 주면서 한 마디 합니다.
"자료는 이렇습니다. 근거는 모두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핵심만 담은 장으로 넘기며 한 마디 더 합니다.
"공통분모로 드러난 핵심은 이겁니다."
복잡한 장은 성실함과 신뢰를 보여 주고, 핵심 장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메일로 보내는 자료는 복제 전의 그 파일입니다. 두 벌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1Slide 1Message입니다. 머리로는 다들 바로 이해하십니다. 그런데 적용에는 훈련이 꽤 필요합니다. 무엇이 하나인지 정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본이 옆에 남아 있으면 지우는 일이 무섭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표 파일은 어느 쪽입니까
셋 중 하나일 겁니다.
보고서를 그대로 띄우시는 분. 가장 많은 분들이 여기 계십니다. 문장을 다 넣고, 줄이지 못하고, 잊어버릴까 봐 화면을 돌아봅니다. 보고서를 고치지 마십시오. 복제만 하십시오.
처음부터 간결하게 만드시는 분. 발표는 좋은데 끝나고 자료를 보내 달라는 말에 곤란해지는 쪽입니다. 보고서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복제하십시오.
두 벌을 따로 만드시는 분. 성실하신데 두 배로 고생하십니다. 한 파일 안에서 복제하면 일이 절반이 됩니다.
셋 다 보고서가 문제가 아닙니다. 보고서와 발표 사이에 한 장이 없었을 뿐입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에 만든 발표 자료에서, 제목만 읽어도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는 장이 몇 장입니까.
30초 실천
우선은 그 자료를 열고 아무 장이나 한 장만 골라 보십시오. 그 장을 복제하고, 복제한 장을 보면서 한 문장을 써 보십시오.
"이 장에서 딱 하나만 남긴다면: ______"

써지면 그 문장을 제목으로 바꾸고 나머지를 지우십시오. 그것만으로 그 장은 발표 슬라이드가 됩니다. 안 써지면 그 장은 쪼갤 장입니다. 실제로 복제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한 문장으로 줄어드는 장인지 아닌지, 오늘은 그것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읽는 속도를 이기려 하지 마십시오
이 글을 연 장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청중은 이미 읽은 내용을 당신 목소리로 한 번 더 듣게 됩니다. 그 순서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속도를 이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읽을 것을 하나로 만들어서, 읽고 나서도 들을 게 남게 하는 것이 답입니다.
한 문장을 읽는 데는 3초가 걸립니다. 한 장에 1분을 쓴다면 나머지 57초 동안 청중은 당신을 봅니다. 화면을 줄이면 당신이 커집니다.
보고서는 그대로 두십시오. 다 말하지 마세요. 다 보여 주지도 마세요.
한 장에 메시지 하나입니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