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키워드 예고가 제일 중요합니다. 15분 보고에도 3분 보고에도 그대로 쓰는 틀이 있습니다. 도입, 키워드 예고, 세부 설명, 리캡 네 단입니다. 넷 가운데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두 번째입니다.
회의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 없으니까 바로 본론 들어가시죠."
이 말을 들으면 발표자는 준비한 도입부를 건너뜁니다. 인사도 줄이고 배경 설명도 빼고 바로 첫 번째 항목부터 시작합니다. 3분쯤 지나면 질문이 들어옵니다. "잠깐만요, 이게 지금 어떤 건에 대한 겁니까?" 그래서 배경을 설명합니다. 또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건 지난번에 정리된 거 아니었나요?" 그래서 경위를 설명합니다.
도입을 아끼려고 뺐는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는 글 끝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0초짜리 답입니다. 예고도 리캡도 없이 30분을 간 분의 이야기도 뒤에서 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적 있으십니까. 배경 슬라이드를 넣었다가 뺐습니다. 다들 뻔히 아는 내용 같아서 넣기가 민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건은…"으로 시작했는데 방 안에 그 건을 모르는 사람이 두 명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끝까지 못 따라왔습니다. 제안을 하러 갔는데 상대가 방법만 물었습니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는 합의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견적 이야기만 하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세 장면의 원인은 하나입니다. '왜'를 건너뛰고 곧바로 '어떻게'로 갔습니다. 저는 이것을 본론 직행이라고 부릅니다. 실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내용을 잘 알고 빨리 처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코칭했습니다. 고객사는 140여 곳이고 그중 32개사가 포춘 500대 기업입니다. 틀 이야기라고 하면 매번 똑같이 해야 하나 싶으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틀은 지키고 표현은 바꿉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15분 보고에도 3분 보고에도 그대로 쓰는 틀 하나가 손에 남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늘 그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로켓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아래에서부터 네 단을 쌓아 올리는 모양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도식도 맨 아래 [1]부터 읽어 올라가십시오.
[4] 리캡 (요약 반복) — "이상 A, B, C였습니다" [3] 세부 설명 — A는… B는… C는… [2] 키워드 예고 —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도입 · 집중 유도 — 왜 들어야 하는가
도입이 없으면 예고가 힘을 못 받고, 예고가 없으면 세부가 흩어지고, 리캡이 없으면 들은 것이 기억에 자리 잡지 못합니다. 한 단이라도 빼면 나머지가 흔들립니다.
도입은 시간을 쓰는 곳이 아니라 버는 곳입니다
1단, 도입의 목적은 인사가 아닙니다. 듣는 사람에게 들을 이유를 주는 것입니다. 원칙은 둘입니다. 짧아야 하고, 본론과 이어져야 합니다. 길어지면 도입이 본론을 밀어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오늘 할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으면 쓸 수 없습니다.
집중을 끌어오는 데 제가 자주 쓰는 것은 질문, 숫자, 사진 한 장, 소도구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건 하나입니다. 8.2퍼센트."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도입 끝에 안내 한 줄을 붙이십시오. "15분 예정입니다. 질문은 중간에 주셔도 됩니다." 얼마나 걸릴지 알고 들으면 듣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2단이 이 틀의 중심입니다.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저라면 이것을 고르겠습니다.
"지금부터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인, 조치, 남은 과제입니다."
이 한 문장 덕분에 세 가지가 생깁니다. 첫째, 청중의 머릿속에 서랍 세 개가 생깁니다. 들어오는 정보가 어느 서랍에 들어갈지 정해집니다. 서랍이 없으면 정보가 바닥에 어지럽게 쌓입니다. 둘째, 끝이 보입니다. 세 개라고 알려 주면 두 번째에서 "이제 하나 남았구나" 하고 버팁니다. 셋째, 발표자도 안 헤맵니다. 스스로 쳐 놓은 울타리가 되는 셈입니다.
개수는 세 개가 좋습니다. 둘은 적어 보이고 넷부터는 안 외워집니다. 다섯 개가 필요하면 묶어서 세 개로 줄이십시오. 그리고 키워드는 짧아야 합니다. "원인, 조치, 남은 과제"처럼 짧아야 서랍이 됩니다. "이탈이 늘어난 원인과 저희가 취한 조치" 같은 긴 말은 예고가 아니라 본론처럼 들립니다. 청중은 그게 서랍인지 내용물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키워드 예고가 제일 중요합니다.

세부에는 증거를 붙이고, 리캡 없이 끝내지 않습니다
3단입니다. 예고한 키워드를 하나씩 풀면서 각각에 증거를 붙입니다. 증거는 세 종류입니다.
첫째는 숫자입니다. 반올림하지 말고 그대로 말하십시오. "약 40퍼센트"보다 "41퍼센트"가 더 믿음이 갑니다. 그리고 체감할 수 있는 단위로 바꿔 주십시오. "연간 3억"보다 "한 달에 2,500만 원"이 한 번에 와닿습니다. 둘째는 사례입니다. 중심이 되는 것 하나에 짧은 것 두어 개를 붙이면 단단해집니다. 셋째는 반론 선점입니다. 셋 중에 효과가 가장 큽니다.
"여기서 비용이 걸리실 겁니다. 저희도 그게 제일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잡았습니다."
이 말이 들어가면 듣는 사람은 자기 걱정이 이미 검토됐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발표자가 자기 입으로 먼저 말한 약점은 약점으로 안 보입니다.
4단이 리캡입니다. 발표를 잘 끝내 놓고 이것을 안 하는 분이 많습니다. 사람은 마지막에 들은 것을 가장 오래 기억합니다. 그 마지막을 요약으로 채우지 않으면 끝인사나 잡담이 차지합니다. 짧게 하십시오. 다시 설명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상과 같이 원인, 조치, 남은 과제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결정하실 건 두 번째 하나입니다."
앞에서 선언한 세 개를 그대로 다시 부르고, 상대가 할 일 하나를 붙입니다. 결정을 요청하실 때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된다·안 된다를 묻지 말고 둘 중에 고르게 하십시오. "검토해 주시겠습니까"는 '나중에'로 끝납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중에 언제 결정하시겠습니까"는 어느 쪽을 골라도 일정이 잡힙니다.
키워드 예고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예고를 받아 주는 것이 리캡입니다.

세 개를 세 번 말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을 이어 보면 같은 것을 세 번 말하게 됩니다. 예고에서 한 번, 본문에서 한 번, 리캡에서 한 번. 저는 이것을 3-3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지루할 것 같지만 듣는 사람은 발표자만큼 그 내용을 모릅니다. 발표자에게 세 번은 반복이지만, 청중은 첫 번째에 처음 듣고, 두 번째에 이해하고, 세 번째에 기억에 담습니다.
이 배치를 2,000년 전에 적어 둔 사람이 있습니다. 로마의 변호사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기원전 1세기에 쓴 『발견에 관하여』에서 말하는 기술을 다섯으로 나눴습니다. 찾기, 배열, 표현, 기억, 전달입니다. 두 번째가 배열입니다. 무엇을 말할지 찾은 다음에 어떤 순서로 놓을지가 따로 있다고 본 것입니다. 목소리와 몸짓은 다섯 번째였습니다.
같은 책에서 키케로는 연설을 여섯 부분으로 나눠 두었습니다. 세 번째가 파르티티오, 다룰 논점을 미리 나눠 알리는 부분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는 그 한 줄입니다. 조건도 셋을 붙여 놓았습니다. 짧을 것, 빠뜨리지 않을 것, 개수가 적을 것. 2,000년 뒤의 회의실에서 제가 드리는 조건과 같습니다.
키워드 예고가 제일 중요합니다.
예고도 리캡도 없이 30분을 갔습니다
글 앞에서 미뤄 둔 이야기입니다. 반도체 장비를 쓰는 분들에게 장비 교육을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정확했고 속도는 빨랐습니다. 예고도 리캡도 없이 항목에서 항목으로 넘어갔고, 중간에 멈추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30분이 넘게 갔습니다.
준비를 많이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 준비를 다 전하려니 진도가 빨라졌습니다. 다만 듣는 사람에게는 정리하고 이해하고 적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세 번 가운데 두 번, 예고와 리캡이 통째로 빠져 있었던 겁니다.
그분은 준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30분을 몇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마다 무엇을 말할지 먼저 알리고 끝에 다시 짚어 주기로 했습니다. 트레이너 경력이 있어 이해와 적용이 빠르시더군요. 더한 것은 그것뿐입니다. 발표자 쪽에서 보면 두 번의 반복이지만, 듣는 사람 쪽에서 보면 이해를 붙잡을 기회가 두 번 생긴 것입니다.
당신의 로켓은 어느 크기입니까
앞의 세 장면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배경 슬라이드를 뺀 것은 보고, "아시다시피"로 시작한 것은 사람이 섞인 회의, 방법만 물어본 것은 제안이었습니다. 로켓은 상황마다 크기가 다릅니다.
보고를 주로 하시는 분. 네 단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특히 리캡을 놓치지 마십시오. 보고는 마지막 한 줄이 회의록에 남으니까요.
제안을 주로 하시는 분. 2단 앞에 '왜' 하나를 더 두십시오. 상대의 문제 한 문장입니다. 우리 제안의 장점이 아니라 그쪽이 지금 겪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나머지가 견적서가 됩니다. 넷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이 '왜'인데, 실무자일수록 여기를 건너뜁니다.
3분 이하의 짧은 발표를 자주 하시는 분. 1단은 한 줄로 줄이고 2단은 절대 빼지 마십시오. 짧을수록 서랍이 더 필요합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난 발표에서 당신이 예고한 키워드 세 개를 지금 그대로 말할 수 있습니까.
30초 실천
우선은 다음에 말해야 할 것 하나를 떠올리고 이 한 문장만 만들어 보십시오.
"지금부터 __, _, ___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개밖에 안 나오면 두 개로 하셔도 됩니다. 다섯 개가 나오면 묶어서 세 개로 줄이십시오. 하나만 나오면 그것도 됩니다. "오늘은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도 예고입니다. 이 문장 하나를 준비해 가는 것만으로 그 발표는 달라집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글 머리에서 약속한 10초짜리 답입니다. "시간 없으니까 바로 본론 들어가시죠." 이 말을 들으면 도입을 빼지 마시고 간결하게 만드십시오. 남겨야 할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2단, 키워드 예고입니다.
"네.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인, 조치, 결정하실 것. 5분이면 됩니다."
10초입니다. 5분은 300초입니다. 안내에 쓴 10초를 빼면 290초가 남습니다. 그 10초를 쓰면 290초가 제대로 전달되고, 아끼면 290초가 흩어집니다. 도입은 시간을 쓰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곳입니다.
한 장에 하나를 두고, 장 사이를 연결어로 잇고, 전체를 네 단에 올립니다. 거기까지가 틀입니다.
키워드 예고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