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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갑자기 줄었을 때 —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요약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시간이 줄었을 때 앞부분을 빨리 넘기는 것은 가장 나쁜 대응입니다. 빨리 넘긴다고 시간은 줄지 않습니다. 외우는 것은 준비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유연성입니다.

대기실에서 이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죄송한데, 앞이 좀 길어져서요. 20분에서 10분으로 줄여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말을 들으면 대개 자료를 엽니다. 도입을 줄이고, 배경을 생략하고, 초반 슬라이드를 빨리 넘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 실제로 앞부분을 서둘러 지나갑니다.

그런데 중간쯤에서 시계를 보면 이미 7분이 지나 있습니다. 빨리 간다고 갔는데 계획만큼 줄지 않은 겁니다. 남은 3분에 뒷부분을 전부 욱여넣습니다. 결론이 급해지고, 요청은 아예 생각도 못 합니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더 크게 무너집니다. 그때 실제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는 글 끝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30초짜리 일입니다. 그리고 한 덩어리로 준비한 발표를 푸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숫자 하나로 된 규칙입니다.

20분이 10분으로 줄었습니다

혹시 이런 적 있으십니까. 순서도 문장도 거의 외웠는데 당일에 순서 하나가 바뀌자 흔들렸습니다. 질문에 답한 뒤 흐름으로 돌아오지 못해 "어디까지 말씀드렸죠?"라고 물었습니다. 준비한 것이 끝났는데 5분이 남아 앞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세 장면 다 준비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준비의 종류가 하나뿐이어서 생긴 일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프레젠테이션을 코칭했습니다. 고객사는 140여 곳이고 그중 32개사가 포춘 500대 기업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발표 시간은 예고 없이 바뀝니다. 앞사람이 시간을 넘기고, 임원이 늦게 들어와 처음부터 다시 해 달라고 합니다.

시간이 줄었으니 말을 빨리 하라는 얘기겠구나 싶으실 겁니다. 아닙니다. 속도는 그대로 두십시오. 빼는 것은 항목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시간이 바뀌어도 자료를 고치지 않는 준비의 형태 하나가 손에 남습니다.

외우는 것은 준비의 절반입니다

첫 30초는 통째로 외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30초는 외우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뒤까지 전부 외우면 오히려 임팩트가 약해집니다. 한 덩어리로만 준비한 발표는 어디를 잘라도 무너집니다.

그래서 저는 사전 훈련에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열심히 외우는 것은 절반의 성공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유연성입니다.

숫자 하나로 된 규칙은 이것입니다. 10분이 주어졌으면 7분에 끝내십시오. 주어진 시간의 70퍼센트입니다. 20분이면 14분, 5분이면 3분 30초입니다. 그 길이 안에 도입부터 요청까지 다 들어가는 버전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이유는 셋입니다. 하나, 실전은 대개 연습보다 길어집니다. 질문이 들어오고, 화면이 늦게 뜨고, 앞사람이 시간을 넘깁니다. 7분 버전이 있어야 실전에서 10분이 됩니다. 10분 버전으로 연습하면 실전에서는 13분이 됩니다.

둘, 7분으로 줄이는 과정이 곧 정리입니다. 40장을 7분에 넣으려면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보조인지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 남는 3분이 발표를 살립니다. 중간에 에피소드를 하나 넣고, 질문을 받습니다. 10분을 꽉 채워 준비한 사람에게는 그 3분이 없고, 있는 것은 초조함뿐입니다.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버리는 순서는 무대에서 정할 수 없습니다

7분 버전을 만들려면 무엇을 뺄지 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는 정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줄었을 때 앞부분을 빨리 넘기는 것은 가장 나쁜 대응입니다. 하나, 앞부분이 제일 중요합니다. 도입은 시간을 쓰는 곳이 아니라 버는 곳입니다. 둘, 빨리 넘긴다고 시간이 줄지 않습니다. 사람은 급해지면 말이 빨라지고, 말이 빨라지면 문장이 늘어납니다.

제가 코칭한 한 대기업의 CTO에게 벌어진 일이 이것이었습니다. 세부를 다 말하느라 시간이 밀리고, 밀리니 말이 빨라지고, 빨라진 말이 다시 설명을 불렀습니다. 그러니 속도를 올리지 말고 항목을 빼십시오.

먼저 버릴 것이 넷입니다. 덧붙인 사례는 중심 하나만 남깁니다. 배경 설명은 상대가 아는 것이면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과정보다 결과가 먼저입니다. 여러 근거는 가장 센 것 하나만 남깁니다.

끝까지 남길 것도 넷입니다. 키워드 예고, 결론과 숫자, 리캡, 상대가 할 일 하나. 키워드 예고는 시간이 짧을수록 오히려 더 필요합니다.

세부 설명의 대부분은 이미 슬라이드와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구조는 그대로 두십시오. 그러면 10분짜리가 5분이 되어도 발표의 형태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30초, 5분, 20분의 세 가지 길이로 준비해 두십시오. 30초는 결론 하나와 요청 하나, 5분은 키워드 세 개와 각각 한 문장, 20분은 거기에 근거와 사례를 붙인 것입니다. 자료를 세 개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30초짜리입니다.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속도를 올리지 말고 항목을 빼십시오

5분이면 리허설이 됩니다

발표 직전에 할 수 있는 리허설이 있습니다. 5분이고 다섯 단계입니다.

여러 장 보기로 순서만 확인합니다. 장마다 키워드와 연결어를 확인합니다. 서서 하는 발표라면 큐시트가 이때 만들어집니다. 키워드만 보고 소리 내어 말해 봅니다. 눈을 감고 기억만으로 한 번 더 말합니다. 그리고 시작 직전에 숨을 다섯 번 깊게 쉽니다.

입으로 말해 보는 두 단계가 중요합니다. 눈으로만 훑으면 다 아는 것 같습니다. 입으로 해 봐야 어디가 안 익었는지 나옵니다.

시간 다음으로 흔들리는 것이 질문입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질문을 다시 말하고, 답하고, 답이 됐는지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질문을 다시 말하는 단계가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냅니다. 뒷자리 사람들에게 못 들은 질문을 들려주고, 답을 숙고할 시간을 벌고, 잘못 이해했으면 거기서 바로잡습니다.

영어로 발표하실 때는 버리는 순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시간이 줄면 형용사와 부사부터 버리십시오. 명사와 동사와 숫자만 남기면 됩니다.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저는 늘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사전 훈련에서 제가 7분이라고 말하면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슬라이드가 40장이 넘고 열심히 말해도 15분이 걸리는데 7분이라니. 그래도 저는 같은 말을 합니다.

제가 이 말을 접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덩어리로 준비하면 발표가 매번 도박이 됩니다. 조건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무너지고, 조건은 자주 어긋납니다. 조건이 어긋나서 못한 것을 자기 실력으로 기록해 버립니다. "나는 왜 이렇게 발표를 못하지." 저는 이 기록이 굳어지는 것을 너무 자주 봤습니다.

90년쯤 전에 헤밍웨이가 쓴 책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빙산이 품위 있게 움직이는 것은 8분의 1만 물 위에 있기 때문이라고요. 충분히 알고 쓰면 생략한 것까지 읽는 사람이 느끼지만, 몰라서 생략하면 글에 빈 구멍이 남는다고 적었습니다. 7분 버전도 20분을 아는 사람만 만들 수 있습니다.

"죄송한데, 앞이 좀 길어져서요. 20분에서 10분으로 줄여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말이 이제 다르게 들리실 겁니다. 발표를 망치는 연락이 아닙니다. 준비의 형태를 묻는 연락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십니까

문장까지 통째로 외우는 분. 성실해서 생기는 일이니, 그 성실함을 7분 버전 만드는 데 쓰십시오. 외울 양이 줄고 상황에 대응하는 힘이 늘어납니다.

질문에 답한 뒤 흐름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분. 전체 흐름을 종이 한 장에 그림으로 그려 두십시오. 흐름이 눈에 보이면 돌아올 곳도 보입니다.

준비한 것이 끝났는데 시간이 남는 분. 자기 속도를 모르시는 겁니다. 스톱워치 연습 한 번이면 오늘 알게 됩니다.

외우지 않고 즉석에서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유연하기는 한데 시간을 자주 넘기실 겁니다. 어느 쪽이든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 형태는 숫자 하나로 바뀝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발표의 7분 버전은 몇 장입니까.

30초 실천

우선은 스톱워치를 켜고 화면이 안 보이게 엎어 두십시오. 요즘 하는 일 하나를 아무 준비 없이 말해 보십시오. 말이 끝나면 시계를 보기 전에 먼저 예측하십시오. 몇 분이었을까요. 그다음에 확인하십시오.

처음 해 보시면 대개 놀라십니다. 3분이라고 생각했는데 5분인 경우가 흔합니다. 그 차이가 오늘 알아 두실 숫자입니다.

시계를 보기 전에 먼저 예측하십시오

스톱워치를 켜기가 번거로우면 다음 회의에서 발언이 끝난 뒤 시계를 한 번만 보십시오. 그것도 훈련입니다.

10분으로 줄었을 때 하는 일

대기실로 돌아가겠습니다. 7분 버전이 있는 분은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14분짜리를 준비해 오셨을 테니 버릴 것에 줄만 그으면 10분 안에 들어옵니다. 없는 분도 자료는 고치지 않습니다. 손에 든 큐시트를 꺼내 줄을 긋습니다. 덧붙인 사례 두 개, 배경 설명, 두 번째 근거. 30초면 끝납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10분으로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끝내겠습니다."

짧게 하겠다고 먼저 말하면 청중이 오히려 집중합니다. 급한 것과 짧은 것은 다릅니다. 급하게 말하는 사람은 통제를 잃은 것이고, 짧게 말하는 사람은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언어가 바뀌는 발표는 어떨까요. 지금까지 드린 방법이 영어에서도 그대로 통하는지는 다음 편에 적겠습니다.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사고가 아닙니다. 준비의 형태가 시험받는 순간입니다. 7분 버전을 가진 사람은 그 시험을 이미 통과해 있습니다.

10분이면 7분에 끝내십시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19년째 전문가와 사업가, 임직원의 발표와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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