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외향형도 고민이 있습니다. 성향은 원인이 아닙니다. 말이 잘 나와서 생기는 고민은 넷입니다. 말이 빨라진다, 장황해진다, 두서가 없어진다, 눈높이를 놓친다. 코칭에서 만난 네 분은 말기술이 늘어서 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자기 스타일을 알고 연습 방향을 잡았습니다.
회의실 앞에 선 분은 B2B 기술 영업 전문가였습니다. 제품을 기술 쪽에서 설명하는 영업 담당입니다. 전문용어를 화려하게 섞어 빠르게, 쉼 없이 말했습니다. 전문성은 그 방에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자신의 관심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청중이 아닌 자기의 언어로만 말했고, 순서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분은 말하기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같은 코칭에서 만난 분이 셋 더 있습니다. 네 분의 결말은 같은 한 문장인데, 그 문장은 글 끝에 두겠습니다. 제가 워크샵에서 매번 보는 장면도 하나 있습니다. 그 얘기는 뒤에서 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적 있으십니까.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템포가 빠릅니다. 회의가 끝나면 그 사람이 뭘 말했는지보다 잘 말했다는 인상이 남습니다. 나는 자료를 3시간 준비해서 겨우 5분 발표했고,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15분을 말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억울합니다. 3시간은 180분이고 발표는 5분이었습니다. 준비와 발표의 비가 36 대 1입니다. 저쪽은 준비 없이 15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셈에는 빠진 것이 둘 있습니다. 그 사람이 그 15분을 위해 무엇을 해 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러워하는 쪽의 장점과 내 단점만 놓고 비교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만난 분들은 대략 반반이었습니다. 절반은 보험, 영업, 제약, 유통 상품기획 같은 영업 직군이고, 나머지 절반은 개발자, 엔지니어, CTO, 전문의, 제약회사의 의학부 전문가였습니다. 양쪽을 다 코칭해 보니 외향형에게도 쉽게 빠지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그 약점은 조용한 분들의 것과 종류가 달랐습니다.
외향형이 유리하다는 얘기로 가겠구나 싶으실 겁니다. 반대쪽으로도 가지 않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비교표의 나머지 반쪽이 보이고, 지금 자기 성향에서 먼저 손댈 자리 하나가 정해집니다.
넷 다 말을 잘했고, 넷 다 전달이 안 됐습니다
말하기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던 네 분이 있었습니다. 첫째가 앞에 나온 기술 영업 전문가입니다.
둘째는 한 대기업의 CTO였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로직 순서대로 짚어 가며 결론을 맨 뒤에 놓습니다. 단계마다 세부를 다 말하니 시간이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나니 말은 더 빨라집니다. CTO라서 말 좀 짧게, 쉽게 해 달라는 피드백은 감히 누구도 못 합니다.
셋째는 15년 차 선임 프로그래머였습니다. 아주 친절한 캐릭터입니다.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비유를 들거나 단순하게 줄이는 대신 더 잘게 쪼갰습니다.
넷째는 반도체 장비 회사의 기술 트레이너였습니다. 중간 요약도 정리도 없이 빠른 속도로 30분이 넘게 진도만 나갑니다. 듣는 사람이 정리하고 이해하고 메모할 시간이 없습니다. 본인은 능력이 탁월한데 학습자는 따라오지 못합니다.
제가 이런 분들께 듣는 말은 대개 넷입니다. 말이 빨라져서 걱정이다. 두서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장황하다고 한다. 내 말이 어렵게 들린다고들 한다. 넷 다 말이 잘 나와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넷 다 내용을 압니다. 빠진 것은 듣는 사람의 순서입니다.
외향형도 고민이 있습니다. 성향은 원인이 아닙니다.

양쪽 다 약점이 있습니다
외향형의 강점은 우호적 분위기, 표현력, 설득력입니다. 약점은 말이 빨라진다, 장황해진다, 두서가 없어진다, 눈높이를 놓친다입니다. 첫 만남과 분위기 전환, 제한된 시간 안의 설명과 설득에 강합니다.
내향형의 강점은 진중함, 간결함, 전문가의 권위입니다. 약점은 말이 느려 보인다, 힘이 없어 보인다, 먼저 낮춰 말한다, 떨림을 신경 쓰다가 내용을 놓친다입니다. 객관적 검토와 리스크 보고, 임원 보고와 장기 플랜에 강합니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영역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외향형이 속도와 눈높이를 조절하면 표현력과 설득력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내향형이 순서를 잡으면 느려 보이던 것이 진중함으로 읽히고 전문가의 권위가 붙습니다. 훈련은 없는 것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이미 가진 자원을 가리고 있던 장애물을 걷어 냅니다.
내향형 강점 영역을 다시 보십시오. 진중함, 간결함, 전문가의 권위. 배워서 얻기 가장 어려운 것들인데 이미 속성으로 가지고 계십니다.

네 분이 바꾼 것은 말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넷 다 코칭 뒤에 말기술이 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스타일은 그대로 두고, 듣는 사람이 궁금해하는 순서를 앞에 놓고, 연습의 방향을 하나씩 잡았습니다. 기술 영업 전문가는 고객의 언어로 옮기는 연습을, CTO는 세부를 덜어 내는 연습을, 선임 프로그래머는 비유로 바꾸는 연습을, 기술 트레이너는 중간에 멈추고 정리해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넷 다 속도를 조절하게 됐습니다.
정말 중요한 자리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외향과 내향을 오갑니다.
목표는 외향형이 되는 게 아닙니다. 필요할 때 잠깐 건너갔다 오는 것입니다. 말이 잘 나오는 분은 숫자 대목에서 속도를 줄이고 한 번 멈춥니다. 조용한 분은 속도를 잠깐 올리거나, 볼륨을 반 단계 올리거나, 질문을 하나 던지면 됩니다. 셋 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30초 뒤에 원래대로 돌아오십시오. 돌아오는 것까지가 이 기술입니다.
"(속도를 올리며) 여기서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지금 가장 걱정되시는 게 비용입니까, 일정입니까? …(답을 듣고, 원래 속도로) 네. 그러면 비용 쪽을 먼저 보겠습니다."
건너간 구간은 두 문장이고, 바로 돌아왔습니다. 늘어지던 흐름이 끊기고, 듣는 사람이 자기 관심사를 말하게 되고, 남은 발표의 순서가 상대에게 맞춰집니다.
외향형도 고민이 있습니다. 성향은 원인이 아닙니다.
평가지가 서로 달랐던 이유
글 머리에서 약속한 장면입니다. 워크샵에서 발표 훈련을 하면 마지막에 셀프 평가지를 줍니다. 방금 자기 발표가 어땠는지 적어 보라고 합니다.
말이 잘 나오는 분의 종이는 짧습니다. 조용한 분의 종이는 다섯 줄이 넘어갑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 다섯 개 중 실제로 고쳐야 할 것은 한두 개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걸 성실성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두 사람이 신경 쓰는 항목이 애초에 다른 것입니다. 한쪽은 자기가 작아 보일까 걱정하고, 다른 쪽은 자기가 너무 커질까 걱정합니다. 그래서 평가지는 양쪽 다 절반만 채워집니다.
전문성은 그 방에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심받지 않는 전문성이 전달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비어 있던 부분은 듣는 사람이 채워 줍니다.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쪽에도 약점 영역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어느 자리에 서 있습니까
말이 잘 나오는 분. 셀프 평가지보다 그동안 주위에서 들어 온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외향형 약점 넷 중에 한 번쯤 들어 보신 말이 있을 겁니다. 손댈 곳은 성향이 아니라 속도와 눈높이입니다. (지표 편)
조용한 분. 고칠 점을 다섯 개 이상 적고 스스로를 깎는 쪽입니다. 다섯 개 중 세 개는 지우셔도 됩니다. 남은 둘 중 하나가 순서 문제일 겁니다. 순서는 성향과 달라서 배워서 고칩니다. (내향형 편)
양쪽을 오가는 분. 이미 잘하고 계신 쪽입니다. 다만 건너간 뒤에 돌아올 자리를 정해 두십시오.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난달에 주위에서 당신의 말하기를 두고 들은 말 한마디는 무엇이었습니까.
30초 실천
우선은 하나만 골라 표시해 보십시오. 내향형 강점 영역 세 개, 진중함과 간결함과 전문가의 권위. 이 중에 이미 하고 있는 것 하나입니다.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시면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지난달에 내가 한 말 중에, 듣는 사람이 두 번 묻지 않게 명확히 말한 것이 있었나. 그것도 없으면 그냥 간결함에 표시하십시오. 이 질문에 짧게 답하신 것 자체가 증거입니다.
말이 잘 나오는 분은 반대쪽 영역에 표시하십시오. 외향형 약점 넷 가운데 지난달에 실제로 들어 본 말 하나입니다. 그 하나가 당신의 다음 연습 포인트입니다.

네 분의 결말은 한 문장이었습니다
글 머리에 남겨 둔 문장입니다. 네 분의 결말은 같았습니다. 본인의 스타일을 알고, 청중 입장을 이해해서, 연습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넷 다 속도를 조절하게 됐습니다.
말기술이 늘어서 달라진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성향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습니다. 속도와 순서는 이번 주에 손댈 수 있습니다.
외향형도 고민이 있습니다. 성향은 원인이 아닙니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