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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말하기, 지표가 필요합니다 — 남의 지표로 재면 늘 낮게 나옵니다

요약 남의 지표로 재면 늘 낮게 나옵니다. 발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대개 자기와 다른 영역의 사람을 보고 그렇게 느낍니다. 직군마다 신뢰가 생기는 지점이 다릅니다. 재는 지표를 바꾸면 다음에 연습할 것이 나옵니다.

강의 시작 전에 교육 담당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날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쪽은 좀 딱딱한 편입니다. 리테일 쪽 코칭 하셨었죠? 거기랑은 저희가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

담당자가 비교한 리테일 쪽은 같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입니다. 공통 강의를 마치고 팀별 코칭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은 자기들 발표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요.

저는 그 회사에 10년 가까이 갑니다. 갈 때마다 첫마디가 비슷합니다. 어떻게 10년째 가게 되었는지는 글 끝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조직의 한 분께 바꿔 드린 첫마디도 한 줄 있는데, 그것도 마지막에 적겠습니다.

10년째 가는 조직의 첫마디

회의에서 옆 팀 사람이 농담을 하나 섞었습니다. 사람들이 웃고 분위기가 풀렸고, 그 사람 안건이 매끄럽게 통과됐습니다. 자리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저런 게 안 되지?" 발표 잘한다는 사람의 영상을 따라 해 봤는데 어색해서 그만둔 적도 있을 겁니다. 교육장의 강사는 시범까지 보입니다. 잘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원래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고, 나는 도면을 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 장면의 비교 대상이 전부 나와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입니다.

전문가의 말하기는 방송이나 예능 진행, 광고와 같은 종목이 아닙니다. 그쪽에서는 짧은 시간에 호감을 만드는 것이 실력입니다. 전문가는 다릅니다. 지금 한 말이 나중에도 맞는 말로 남아야 합니다. 신뢰가 생기는 방법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 더 연습하라는 말이 나오겠구나 싶으실 겁니다. 아닙니다. 연습량보다 먼저 손댈 것이 있습니다. 지금 자기를 재고 있는 지표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두 가지가 손에 남습니다. 당신 영역에서 신뢰가 생기는 지점 하나, 그리고 사내에서 새 지표로 삼을 사람 한 명의 이름입니다.

지표가 없으면 남의 지표를 가져다 씁니다

문제는 비교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비교에 쓰는 지표가 남의 것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걸 남의 지표라고 부릅니다.

영업 직군의 지표는 빠르게 분위기를 만들고 거절을 부드럽게 넘기는 능력입니다. 엔지니어는 다릅니다. 조건과 예외를 빠뜨리지 않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정확성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는 그것이 실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 것을 두고 남의 지표를 가져다 씁니다. 엔지니어가 영업의 지표로 자기를 재면 언제나 낮게 나옵니다. 재는 지표 자체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반대쪽도 같은 일을 겪습니다. 말이 잘 나오는 분이 방송의 지표로 자기를 재면 어떻게 될까요. 막히지 않고, 분위기도 만들고, 사람들이 웃습니다. 거기까지는 측정됩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제게 말하는 고민은 다른 데 있습니다. 말이 빨라진다, 두서가 없다고 한다, 장황하다고 한다. 방송의 평가 지표에는 이런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

비즈니스 발표의 지표에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조건을 밝혔는가. 결론이 하나로 남았는가. 다시 물어볼 것이 없어졌는가. 이 항목으로 재면 다음에 연습할 것이 나옵니다.

남의 지표를 계속 쓰면 점수가 낮게 나옵니다. 낮게 나오니 자신이 없어지고, 자신이 없으니 말에 힘이 없고, 말에 힘이 없으니 듣는 사람이 몰입하지 못합니다. 그 미적지근한 반응을 근거로 다시 자기 실력을 평가합니다. "역시 난 부족해." 내향형 편의 진단서가 그렇게 업데이트됩니다.

남의 지표로 재면 늘 낮게 나옵니다.

직군마다 신뢰가 생기는 지점이 다릅니다

우리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듣는 사람이 무엇을 근거로 믿어 주느냐가 영역마다 다릅니다.

영업과 마케팅에서는 빠른 반응과 편안한 분위기가 신뢰를 만듭니다. 깎이는 쪽은 딱딱함과 느린 속도입니다. 엔지니어와 개발은 거의 반대입니다. 정확한 용어, 조건과 예외의 명시, 모른다는 인정이 신뢰입니다. 깎이는 쪽은 과장과 얼버무림입니다. 의료와 제약은 근거의 출처와 수치의 정밀함, 재무와 투자는 가정의 명시와 리스크 선언, 임원 보고는 결론 우선과 시간 엄수입니다.

어떤 영역에서 미덕인 것이 다른 영역에서는 감점 요소입니다. 한 문장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기술 검토 회의에서 이 문장은 신뢰를 만듭니다. 조건을 밝히는 사람은 나중에 말을 바꾸지 않을 사람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문장을 영업 자리에서 말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돌려서 하는구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사람도 같고 뜻도 같은데, 상대가 기대하던 바가 달랐을 뿐입니다.

자가 하나가 아니었던 때가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용도마다 자를 따로 뒀습니다. 악기의 음을 맞추는 황종척, 토지와 도로를 재는 주척, 집과 성을 짓는 영조척, 옷감을 재는 포백척. 길이가 다 달랐습니다. 영조척은 한 자가 31센티미터, 포백척은 46.5센티미터입니다.

건축용 자로 딱 한 자인 나무를 옷감 재는 자에 올려 보겠습니다. 31을 46.5로 나누면 0.67자입니다. 한 자가 안 됩니다. 나무는 그대로인데 3분의 1이 깎였습니다. 재는 것이 서로 달랐으니 자도 달랐습니다.

그러니 "말을 잘한다"는 말에는 어디서 잘한다는 것인지가 빠져 있습니다.

자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잘하는 사람한테 배워야 하지 않나 싶으실 겁니다. 배우십시오. 다만 무엇을 배울지를 고르십시오. 구조를 짜는 법, 멈추는 자리, 어려운 것을 푸는 비유는 직군을 넘어서 통합니다. 목소리 톤, 말 속도, 제스처의 크기는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 옮겨지지 않습니다. 구조는 가져오고 태도는 가져오지 마십시오.

내 지표로 바꾸는 세 단계

하나. 비교 대상을 자기 영역에서 찾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잘하는 사람이 당신과 같은 직군입니까. 아니라면 지우십시오. 같은 일을 하면서 전달을 잘하는 사람을 찾으십시오. 사내에 분명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눈에 안 띄었을 뿐입니다.

둘. 표준은 배우되 억지로 따르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기, 한 장에 메시지 하나만 두기, 눈 맞추기. 이런 표준은 배워야 합니다. 다만 표준은 도구입니다. 정답으로 받아들이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톤에 변화를 주라고 배웠는데 자기 목소리에 안 맞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넣습니다. 워크샵에서 녹화를 돌려 보면 본인이 제일 먼저 겸연쩍어 하며 웃습니다. 표준에서 가져올 것은 방식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셋. 내 영역의 신뢰 요소를 하나만 정합니다. 앞에서 본 다섯 줄 중에 당신 영역의 줄이 있습니다. 거기서 하나만 골라 다음 발표에서 강화하십시오. 엔지니어라면 "이 조건에서만 성립합니다"를 한 번 더 말하는 것입니다. 재무라면 "이 가정이 깨지면 이렇게 됩니다"를 붙이는 것입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당신 영역의 사람들은 그 하나를 정확히 알아봅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10년째 가는 그 조직에서 제가 하지 않는 것

글 머리에서 약속한 자리입니다. 그 그룹에는 계열사가 여럿 있습니다. 리테일 쪽에는 밝고 빠르고 편안하게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쪽은 물류 관련 계열사입니다. 이쪽 분들은 말투가 딱딱합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자리에서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산업군의 발표자를 벤치마킹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잘 되지도 않고, 되더라도 그 영역에서 쓸모가 없습니다. 배송이 어떻게 최적화될 수 있는지를 말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명확한 숫자와 로직입니다.

제가 하는 것은 그분들의 목소리와 말하는 방식을 살리는 쪽입니다. 딱딱한 방식의 장점은 그대로 두고 더 정확하고 더 짧게 다듬습니다. 그러면 같은 사람이 같은 톤으로 말하는데 전달이 확 달라집니다. 10년째 제가 코칭을 하게 된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공공 투자기관에서는 강의가 끝나고 한 분이 이렇게 말해 주셨습니다.

"스탠퍼드에서 말하기 수업을 따로 들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맞춤형 포인트가 현업과 들어맞았고, 시연이 있어 납득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기본과 표준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비어 있던 것은 그 표준을 자기 것으로 옮기는 단계였습니다.

당신은 어떤 상황에 계십니까

영업·마케팅이신 분. 당신 영역에서는 속도 조절이 신뢰입니다. 천천히 할 자리는 주로 숫자를 강조할 때입니다. 설명은 빠른 호흡으로, 숫자는 속도를 낮춰서 말합니다.

엔지니어·의료·재무이신 분. 조건과 예외를 붙이는 습관은 결함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고칠 것은 순서입니다. 조건을 결론 앞에 두느냐 뒤에 두느냐는 뒤쪽 편에서 다룹니다.

임원 보고를 자주 하시는 분. 당신 영역의 지표는 시간입니다. 15분을 받았으면 15분에 끝나야 그다음 말이 들립니다.

어느 상황이든 남의 지표로 자기를 재지만 않으면 됩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잘하는 사람은 당신과 같은 직군입니까.

30초 실천

우선은 회사 사람 중에 한 명만 떠올려 보십시오. 당신과 같은 일을 하면서, 설명을 시키면 듣는 사람이 두 번 묻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름 하나면 됩니다.

이름 하나만 적어 보십시오

떠올리셨으면 다음 회의에서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 한 번만 유심히 보십시오. 화려한 것을 찾지 마시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보십시오. 이름이 안 떠오르면 질문을 바꿔 보십시오. "두 번 묻지 않게 말한 사람이 지난달에 누가 있었지?" 그 설명을 한 사람이 당신의 새 지표입니다.

그 조직에 바꿔 드린 첫마디

마지막에 적겠다고 한 한 줄입니다. 그 물류 조직 분들은 지금도 딱딱하게 말합니다. 저는 그걸 고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분께는 첫마디를 이렇게 바꿔 드렸습니다.

"저희 쪽은 좀 딱딱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건은 단순 명확합니다."

강의 전에 담당자가 제게 한 말과 거의 같은 문장입니다. 달라진 것은 뒤에 붙은 한 마디뿐입니다. 그분들은 이제 자기 방식이 부족하지 않다는 걸 압니다.

지표가 서면 남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그 지표대로 말하려고 할 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무대 울렁증입니다. 그 이야기는 무대 울렁증 편에 적어 두었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처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영역에서 통하는 방식으로, 더 정확하게 말하면 됩니다.

남의 지표로 재면 늘 낮게 나옵니다.

이 글은 전자책 『다 말하지 마세요』의 연재입니다. 전체 원고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smartstore.naver.com/petercomm/products/13788987324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한창훈 · 피터의 커뮤니케이션19년째 전문가와 사업가, 임직원의 발표와 소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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